식품의 색소는 식품 고유의 특징을 나타내고 식품으로서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식품의 신선도와 수용도(acceptance)에 영향을 미쳐 식품의 기호적 인자와 식욕을 결정한다. 신선한 천연식품의 색은 선명한 데 비해 변질된 식품은 어둡고 탁한데, 변색은 가공식품이나 오래된 저장식품의 색소가 파괴되었거나 식품 내 각 성분의 상호작용에 의해 새로운 색소들이 형성되었음을 의미한다. 변색은 식품의 변질을 나타내는 표식이 되며 이것은 식품의 품질을 판정하는 간접적인 기준이 된다. 식품 속의 색소는 수송, 저장, 가공과정에서 산소, 광선, 열, 효소, 미생물 등의 영향을 받아 쉽게 변색되므로 이 성질을 이해하면 식품을 구매하는 데에도 유용할 것이다.
발색이론과 자연색소의 분류
- 발색이론
색소는 파장이 긴 적색부(800㎚)에서 등황색, 황색, 녹색, 청색, 남색을 거쳐 파장이 짧은 자색부(400㎚)까지의 각 파장을 반사하는 물질을 말한다. 색 물질은 태양의 가시광선 중 일부를 흡수하고 나머지 부분은 반사하거나 통과시키는데, 이것이 우리들의 눈에 색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유색물질의 발색이론에 의하면 색소분자는 발색의 기본이 되는 일정한 원자단을 반드시 하나 이상 가져야 하는데 카보닐기(C=O), 아조기(-N=N-), 에틸렌기(-C=C-), 니트로기(-NO), 티오카보닐기(-C=S) 등의 원자단을 발색단이라고 하고, 발색단을 가지는 분자를 색소원이라고 한다. 색소원은 대개 자외부의 광선을 흡수할 뿐 선명한 색을 나타내지 못한다. 몇 개 또는 몇 가지 발색단이 서로 어울리거나 또는 이들 무색의 색소원에 수산기, 아미노기 등의 원자단(조색단)이 결합하면 발색하는 경우가 많고, 본래 색이 있었던 것은 더욱 선명해진다.
- 자연 색소의 분류
식품에 존재하는 색소들은 원래 식품 속에 존재하는 자연 색소들과 착색을 목적으로 첨가된 착색제가 있다. 천연색소의 경우 그 출처에 따라 식물성과 동물성으로 나누고 그중 식물성은 지용성과 수용성 색소로 또 나뉜다.
출처 | 특성 | 색소 | 식품 |
식물성 색소 | 지용성 | 클로로필 | 녹색 채소와 과일 |
카로티노이드 | 등황색, 녹색 채소와 과일 | ||
수용성 | 플라보노이드 (안토잔틴, 안토시아닌) |
백색, 자색 채소와 과일 | |
탄닌류 | 곡류, 채소류, 과일류 | ||
동물성 색소 | 헤모글로빈 | 동물의 혈액 | |
미오글로빈 | 동물의 근육조직 |
- 식물성 식품의 색
식물성 식품의 색소는 유색체에 존재하는 색소(물에 녹지 않는 불용성 색소)와 수용성인 액포에 녹아 있는 색소로 분류한다. 불용성 색소는 클로로필류와 카로티노이드들이 있고, 수용성 색소는 플라보노이드계 색소가 있다. 수렴성인 탄닌은 보통 무색투명의 교질상태로 존재하지만 쉽게 산화되어 갈색 또는 흑갈색의 불용성 물질로 변한다.
- 동물성 식품의 색
동물성 식품의 색소에는 동물 혈액에 존재하는 헤모글로빈과 근육조직에 존재하는 미오글로빈이 있다. 난황이나 우유에는 카로티노이드 색소들이 존재한다.
- 화학구조에 따른 분류
- (테트라)피롤 유도체 : 클로로필, 미오글로빈, 헤모글로빈
- 이소프레노이드 : 카로티노이드
- 벤조피렌 : 안토잔틴, 안토시아닌
- 기타구조 : 탄닌, 캐러멜
식물성 식품의 색
- 클로로필
식물체의 초록색은 주로 클로로필류, 즉 엽록소에 의한다. 클로로필은 카로티노이드와 함께 단백질 또는 지단백질과 결합한 상태로 엽록체에 존재하고, 식물의 광합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 클로로필의 구조
클로로필에는 클로로필 a, b, c, d 등이 있다. 고등식물에서의 클로로필 a와 b의 비율은 2~3 : 1이다. 클로로필 a의 색은 청록색이며, 클로로필 b의 색은 황록색이다. c와 d는 해조류에 들어있다.
클로로필은 4개의 피롤 핵이 메틸기에 의해 서로 결합한 포르피린 환의 중심에 마그네슘을 가지고 있으며, 물에 녹지 않으나 아세톤, 에테르, 벤젠 등에는 잘 녹는다.
- 산에 의한 변화
클로로필은 산과 반응하면 마그네슘이 수소와 치환되어 갈색의 페오피틴이 된다. 산의 작용이 지속될 때 클로로필의 포르피린에 존재하는 피틸 에스테르기나 메틸 에스테르기가 가수분해된다.(페오포비드 pheophorbide) 김치, 오이피클처럼 녹색채소가 갈색을 띠게 되는 것은 발효에 의해 생신 초산이나 젖산이 클로로필에 작용해 페오피틴이 생성된 것이며, 방치된 푸른 잎이 갈색화되는 것은 자가소화에 의해 식물의 유기산이 클로로필에 작용해 페오피틴이 생성된 것이다. 이러한 변색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휘발성 산을 신속히 증발시키고 클로로필과 산의 접촉시간을 짧게 하면 도움이 된다. 냄비에 다량의 물을 끓여 고온에서 뚜껑을 열고 단시간 데치거나(휘발성 산) 초무침 시에 식초를 식탁에 올리기 전에 무쳐서 올리는 것(접촉시간)도 이것과 관련 있다. 참고로 영양소의 파괴를 줄이기 위한 데치기는 소량의 물에 단 시간 데치면 된다.
- 알칼리에 의한 변화
클로로필은 알칼리 용액에서 가열하면 피톨기가 떨어지면서 수용성인 녹색의 클로로필라이드가 되고 다시 메틸 메틸에스테르 결합이 가수분해되어 수용성인 진한 녹색의 클로로필린이 된다. 알칼리의 농도가 클 때는 클로로필린이 형성되고 이것은 염의 형태로 존재하여 물에 잘 녹으며 청록색을 띤다. 자연식품의 경우 알칼리성인 식품이 거의 없어서 실제로 이 현상을 보기는 어렵다. 녹색채소를 삶을 때 중탄산나트륨(중조)과 같은 알칼리를 가하면 녹색은 보존되지만 알칼리성에 불안정한 비타민 C를 비롯한 비타민들이 파괴되고 채소가 지나치게 물러지는(연화되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탄산마그네슘과 초산칼슘의 혼합물을 소량 첨가하면 좋다. 조리에서는 일반적으로 소금을 첨가해 녹색을 안정화시킨다.
- 클로로필라아제에 의한 변화
채소가 긁혔을 때 색이 진해지는 것처럼 식물조직이 손상되면 클로로필은 조직 내의 클로로필라아제의 작용으로 피톨기가 떨어져 나가 선명한 녹색인 클로로필라이드를 형성하지만 이것은 식물조직 내의 산 또는 자가산화로 생긴 산에 의해 마그네슘이 유리되면서 페오포바이드로 되어 녹색을 잃는다. 그래서 채소를 데치게 되면 효소가 불활성화되면서 색을 보존하는 데 도움이 된다.
- 가열에 의한 변화
채소를 물에서 끓이면 액포 내의 휘발성 및 비휘발성 유기산들이 유리된다. 녹색채소를 천천히 오래 삶을 때 갈색으로 변하는 것은 클로로필이 유리되어 조직 중의 유기산과 반응해서 페오피틴을 생성하기 때문이다. 통조림 식품, 건조식품을 만들 때 과일이나 채소류를 데치면 채소의 색에 영향을 준다. 또, 채소를 가열할 때 많은 양의 물을 사용하면 적은 양의 물을 사용하는 경우보다 유기산이 희석되는 효과가 있어서 클로로필이 더 잘 유지된다.영양분 유지를 하고 싶을 때는 반대로 하는 게 좋다.
- 금속과의 반응
클로로필은 구리나 철 등의 이온 또는 이들의 염과 함께 가열하면 클로로필의 마그네슘이온이 금속이온과 치환되어 안정한 청록색의 구리-클로로필 또는 선명한 갈색의 철-클로로필을 형성한다. 이들은 물에 녹지 않으므로 알칼리로 가수분해하여 구리-클로로필린 염, 철-클로로필린 염으로 하면 물에 잘 녹으며 색깔도 안정하여 식품착색제로도 사용된다. 녹색채소류가 조리 중 산에 의해 페오피틴으로 변해도 구리의 염류를 첨가하면 구리-클로로필의 짙은 청록색을 갖게 할 수 있다. 완두 통조림을 제조할 때 가열살균과정에서 변색을 억제하기 위해 소량의 황산구리를 사용하는 것도 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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