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 갈변반응은 식품에서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닌 조리나 가공의 과정 중에 식품의 성분들 사이, 효소 또는 공기 중의 산소 등이 관여하는 복합적인 과정을 거쳐 갈색으로 변화는 과정을 말한다. 갈변반응은 폴리페놀 산화효소가 관여하는 효소적 갈변반응(enzymatic browning)과 마이얄 반응(아미노카보닐 반응), 아스코르브산 산화반응, 캐러멜화 반응처럼 효소가 관여하지 않는 비효소적 갈변반응(non-enzymatic browning)이 있다.
효소적 갈변반응
효소에 의한 갈변반응은 티로시나아제 같은 폴리페놀산화효소(PPO)가 식품 속의 기질을 공기중의 산소를 이용해 산화시켜 최종적으로 갈색의 물질을 만드는 반응을 말한다. 이 효소는 카테콜 또는 카테콜 유도체들(클로로젠산)이 공기 중의 산소에 의해 퀴논 또는 퀴논 유도체로 산화되는 반응을 촉진한다. 이렇게 형성된 퀴논과 퀴논 유도체들은 활성이 매우 크며 계속해서 산화, 중합, 축합 되며 멜라닌 색소나 이와 유사한 갈색 내지 흑색의 색소들을 형성한다.
- 효소의 기질
폴리페놀의 산화에 관여하는 효소는 폴리페놀산화효소, 폴리페놀라아제, 다이페놀 옥시다아제로 불리며 구리를 가지고 있다. 식물에 존재하는 PPO는 출처에 따라 특성이 조금씩 다르며 사과의 PPO는 pH 5.8~6.8에서 최대 활성을 나타내며, 크렌베리의 PPO는 6.5에서 최대 활성을 보인다. 기질이 -OH기를-OH 기를 하나 가지고 있으면 먼저 오르토(-ortho, 벤젠 고리 1, 2번 자리에 치환기를 가지는 것) 위치에 수산화부터 하여 -OH 기를 첨가하고(수산화 hydroxy lation) 다음으로 각 OH 기를 산화시켜 케톤기로 만드는 반응(산화 oxidation)이 진행된다. 여기서 반응이 계속되면 멜라닌 색소를 만든다.
페놀라아제에 의한 갈변은 감자, 사과, 배, 고구마, 당근, 포도, 바나나, 우엉 등과 같은 채소나 과일에서 흔하게 일어난다. 효소에 의한 갈변은 과일과 채소의 품질을 떨어뜨리는 주요인이지만 우롱차와 홍차를 제조할 때는 의도적으로 이 반응을 일으키는데, 녹색의 찻잎을 시들게 해 흠집을 낸 뒤 둥글게 말아 발효시키면 페놀라아제의 작용에 의해 차의 카테킨이 산화되어 홍차 특유의 오렌지색을 띠는 테아플라빈이 형성된다. 홍차를 끓였을 때 어두운 주황색을 띠는 것은 테아플라빈이 다시 테아루비겐으로 산화되었기 때문이다.
티로시나아제는 넓은 의미로 PPO에 속하지만 기질이 아미노산인 티로신에만 작용한다는 점에서 따로 분류하기도 한다. 티로시나아제도 채소와 과일, 특히 감자의 갈변에 주된 요인이 되는데 감자에 존재하는 티로신은 티로시나아제에 의해 산화되어 도파(DOPA) 또는 도파퀴논을 거쳐 멜라닌 색소를 형성한다.
- 갈변반응의 억제법
효소에 의한 갈변반응의 요인은 효소, 산소, 기질이므로 이들 중 한 가지를 조절해 갈변을 제어한다.
- 효소 제어
pH를 조절해 PPO의 최적 pH인 5.8~6.8의 범위를 벗어나게 보관하는 방법이 있다. 구연산 등의 유기산을 첨가하면 pH가 낮아지면서 갈변 반응을 저해시킨다. 또, 가열, 냉장/냉동처럼 온도를 조절해서 제어하기도 하는데, 효소는 단백질이기 때문에 가열에 의해 변성되어 작용을 소실시키는 방법과 냉장/냉동시켜 효소의 최적작용 온도를 벗어나게 하는 방법이 있다. 그 외에 염소이온이나 아황산 가스 등도 효소의 작용을 제어한다.
- 산소 제어
물, 설탕물, 소금물에 담가 공기를 차단하거나 탄산가스나 질소 같은 가스로 산소를 대체해 산소의 반응을 차단하는 방법이 있다.
- 기질 제어
기질을 제어하는 방법은 식품가공학이 아니면 힘든 제어 방법이다. PPO의 반응은 산화 반응이라서 아황산가스나 아황산염을 사용해 미리 환원시켜 산화를 방지하는 방법이 있고, 시스테인이나 글루타티온 등 -SH 화합물을 사용해 환원시키는 방법, 비타민 C나 주석이온을 사용해 기질을 환원시켜 산화를 방지하는 방법이 있다.
비효소적 갈변반응
- 마이얄 반응
- 반응 기작
유리된 알데히드기나 케톤 기를 가진 환원당 또는 가수분해되어 환원당을 만들 수 있는 당류는 아미노산류, 펩타이드류, 단백질류와 같은 아미노기를 가진 질소 화합물들과 함께 있을 때 쉽게 상호반응하여 갈색물질을 형성한다. 이런 환원당과 아미노 화합물에 의한 반응을 마이얄 반응(아미노-카보닐 반응, 멜라노이딘 반응)이라고 한다. 이 반응은 거의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나며, 식품의 색뿐 아니라 맛, 냄새에도 영향을 주고 당류와 아미노산이 반응에 참여함으로써 필수아미노산의 파괴 등 영양가의 감소를 가져오기도 한다.
① 초기단계 : 당류와 아미노 화합물의 축합반응과 아마도리 전위반응이 진행되며 색의 변화는 없다.
② 중간단계 : 아마도리 전위생성물의 분해, 당의 산화, 각종 환상 물질의 형성, 산화된 당류의 분해가 일어나며 3-데옥시오존과 3,4-디데옥시오존, 리덕톤 류, 히드록시메탈 푸푸랄(HMF)이 생성된다. 또, 당 분해 생성물로 글리코알데히드, 다이아세틸, 글리옥살, 아세트알데히드 등이 형성되어 갈변에 관여한다.
③ 최종단계 : 중간단계에서 생성된 리덕톤, 푸푸랄, 푸란, 피롤 등의 유도체들, 각종 분열생성물의 상호반응들 즉, 알돌형 축합반응, 중합반응들이 일어나는 데 대표적인 반응으로 스트레커 반응과 멜라노이딘 색소의 형성이다. 스트레커 반응으로 여러 가지 알데히드가 생성되는데 식품을 가열했을 때 나타나는 향기와 간장의 향기 생성이 이 반응에 의한 것이다. 또, 알돌형 축합반응은 계속 진행되어 분자량이 큰 물질을 만들고 마지막엔 질소를 가진 중합체인 갈색의 형광성 물질인 멜라노이딘 색소가 형성된다.
- 마이얄 반응에 영향을 주는 요인
온도는 마이얄 반응의 속도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이 반응에서 온도 계수 Q10은 3~5가 된다. (10℃ 상승하면 3~5배 반응이 증가한다.)
일반적으로 마이얄 반응은 pH 6.5~8.5 > pH 3~5 > pH 1~2로 반응 속도가 다르다. pH가 8.5 이상의 알칼리에서는 더욱 반응속도가 커지지만 식품에서는 알칼리로 가는 경우가 드물다.
일반적으로 설탕보다는 육탄당류, 오탄당류와 같은 환원당의 경우 갈변속도가 크며 육탄당보다 오탄당의 갈변 속도가 더 빠르다.
- 아스코르브산 산화반응
식품 중의 아스코르브산은 비가역적으로 산화되어 항산화제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고 갈색화 반응을 수반한다. 아스코르브산이 산화 되어 디하이드로 아스코르브산이 되고 이것은 비가역적으로 산화되어 푸푸랄이 생성되는데 푸루랄은 반응성이 매우 커서 계속 산화, 중합되어 갈색의 색소를 형성한다.
- 캐러멜화 반응
캐러멜화 반응은 주로 당류의 가수분해물들 또는 가열 산화물들에 의한 갈색화 반응이다. 고온에서 당류 또는 당류의 수용액을 가열할 때 일어나는 반응을 말하며 각종 부산물들은 식품의 향기나 맛에 기여한다. 간장과 된장의 색깔은 마이얄 반응에 의한 것이지만 캐러멜화에 의한 착색도 기여한다. 캐러멜화 반응의 중간 생성물은 여러 가지 산화물과 히드록시 메틸 푸푸랄 및 유도체가 있는데, 이것들이 더 산화되어 리덕톤, 퓨란, 락톤 등의 물질이 생성되고, 거기서 더 산화되면 저 분자량의 휘발성 카보닐 화합물과 중합체인 흑색 또는 흑갈색을 가진 휴민이라는 물질이 형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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